[중앙 칼럼] 플라스틱 백 규정의 ‘뉴 노멀’
오래전 워싱턴 D.C.를 방문했을 때였다. 호텔 로비에서 몇몇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놀라서 로비 직원에게 다가가 왜 주의를 주지 않느냐고 하니 직원은 다짜고짜 어디서 왔는지부터 물었다. 그리고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여긴 캘리포니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쳐다보니 그는 “가주 법은 호텔 안에서 금연하게 돼 있지만 이곳은 손님들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자유’를 강조했던 그가 “가주에서 온 손님들만 늘 이런 말을 한다”는 말도 친절하게 덧붙였던 것도 기억한다. 가주민들이 유독 유난을 떤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가주에서 실내 금연법이 시행된 것은 1998년부터다. 전국에서 최초로 가주는 음식점은 물론 바, 카드룸 등의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 없는 금연법을 제정했다. 당시 단속 규정도 꽤 셌다. 실내에서 흡연한 개인은 물론, 흡연을 허용한 비즈니스 업주에게도 초범일 경우에는 100달러의 벌금에 그쳤지만 반복될 경우 최대 7000달러까지 벌금이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미국 내 대부분의 호텔에서 실내 금연이 시행되고 흡연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법이 정착되기 전까지만 해도 흡연자와 비흡연자간의 충돌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주 금연법은 이후 직장 내 금연법으로 이어졌고 아파트 등 공동 주거시설이나 해변가에서의 금연법도 만들어졌다. 가주가 금연법 제정에 앞장선 후 다른 주들도 비슷한 금연법을 통과시켰고 덕분에 간접흡연으로 인한 질병도 감소했다는 보고서도 종종 발표된다. 그랬던 가주가 지구 환경보호에 눈을 돌리면서 2014년부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일회용 플라스틱 백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후 소비자는 마켓 등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백을 10센트에 사서 써야 했다. 가주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백을 완전히 퇴출하는 법을 마련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올해 서명한 법에 따르면 오는 2025년 1월부터 식료품점과 수퍼마켓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쇼핑객들은 앞으로 재활용이나 퇴비화가 가능한 봉투를 사용해야 한다. 과일과 야채를 사거나 포장하지 않은 고기나 생선, 견과류 등을 구입할 때 사용하던 얇은 비닐백도 더는 편하게 쓸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본 롭타 검찰총장은 마켓에서 사용하는 두꺼운 재활용 플라스틱 봉지가 실제로 재활용이 가능한지 조사에 나섰다. 가주 검찰청은 최근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이들 제품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주 검찰청은 업체들의 주장대로 재활용이 안 된다면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포함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가주 검찰청에 따르면 재활용 플라스틱 봉지라면 적어도 125번은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재질의 40%는 재활용 재료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주 검찰청의 이런 발표는 지난해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 플라스틱 봉지의 양이 2018년에 비해 더 많다는 통계 때문이다. 가주 재활용 부서에서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재활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봉지는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이 태워지거나, 버려져서 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뉴저지, 오리건주 등은 가주를 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이들 주가 가주와 같이 플라스틱 봉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행동을 취할지 주목된다. 가주의 유난스러움의 결과가 새해에 ‘뉴 노멀’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 칼럼 플라스틱 규정 재활용 플라스틱 플라스틱 봉지 일회용 플라스틱